사망한 부모의 빚을 물려받지 않을 수 있는지?

[문] 저의 부친은 사업을 하시다가 실패하여 많은 채무를 지고 채권자들로부터 독촉을 받아오던 중 얼마 전 돌아가셨습니다. 저의 능력으로는 부친이 남긴 채무를 갚을 길이 없는데 어떻게 하죠?

[답] 부모가 돌아가시면 사망과 동시에 상속인인 자식들은 부모의 재산뿐만 아니라 채무도 모두 상속받게 됩니다. 토지나 집 등 부동산이나 은행예금과 같은 적극적 재산뿐만 아니라, 부모가 다른 사람한테 부담하고 있는 차용금채무, 보증채무 등 소극적 재산도 모두 포괄적으로 상속받게 됩니다.
  그런데 부모의 상속재산 중에서 적극적 재산보다 소극적 재산 즉 빚이 더 많은 경우 상속을 받지 않으려면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내에 법원에 상속포기신고를 하면 됩니다(민법 제1019조 제1항). 상속을 포기하면 피상속인은 사망으로 일단 발생한 상속의 효력, 즉 권리의무의 승계를 부인하고 처음부터 상속인이 되지 않은 것과 같이 되며 상속을 포기한 후에는 이를 취소하지 못합니다.

  그 외의 방법으로는 부모가 남겨놓은 적극적 재산의 한도 내에서 부모의 채무를 변제하는 것을 조건으로 상속을 승인하는 한정승인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 한정승인도 역시 상속개시 있음을 안날로부터 3월내에 상속재산의 목록을 첨부하여 법원에 한정승인의 신고를 하여야 효력이 발생합니다.
  다만 주의할 것은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한 경우에도 상속인이 상속재산을 처분한 때 또는 상속인이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한 후에 상속재산을 은익하거나 부정소비하거나 고의로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아니한 때에는 상속인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간주되는 것입니다.
  만약 상속포기신고나 한정승인신고 등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법인 정한 각 신고기간을 넘기면 부모의 권리, 의무를 그대로 상속받는 것으로 되어 부모가 지고 있던 빚도 상속인들이 모두 갚아야 합니다. 귀하의 경우 부친이 아무런 재산 없이 빚만 남겨두고 돌아가셨고 신고기간이 경과하지 않았다면 빨리 법원에 상속포기신고를 해 두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주] 민법 제1019조 제1항 본문을 보면 "상속인은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내에 단순승인이나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할 수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으며, 같은 법 제1026조 제2호를 보면
"상속인이 제1019조 제1항의 기간내에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민법 제1026조 제2호는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법률조항은 1999.12.31까지 개정하지 아니하면 2000.1.1부터 그 효력을 상실한다. 법원 기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위 법률의 적용을 중지하여야 한다"고 결정한 바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1998.8.27. 96헌가22) 그 이유는 상속인이 아무런 귀책사유 없이 상속채무가 적극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알지 못하여 고려기간내(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내)에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를 하지 못한 경우에도 상속인으로 하여금 피상속인의 채무전부를 부담하게 하여 상속 채권자만을 보호한 것은 기본권제한의 입법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재산권을 보장한 헌법 제23조 제1항, 사적자치권을 보장한 헌법 제10조에 각 위반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1998.7. 입법예고된 민법 개정안에서는 민법 제1019조 제3항을 신설하여 같은 법 제1019조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상속인이 상속되는 채무가 그 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없이 제1항의 기간내에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제1026조 제1호 및 제2호에 의하여 단순승인한 것으로 보는 경우를 포함)한 경우에는 그 안 날로부터 3월내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