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 사주일가의 계열사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한 2004년 이후로 소급과세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가운데, 이 경우 위헌적 위험요소뿐만 아니라 엄청난 가산세 '폭탄'까지 예고되고 있다.

증여세는 과세관청이 부과하는 것이 아닌 납세자가 신고·납부하는 세금이기 때문에 증여가 일어난 시점에서 3개월 이내에 자진해서 신고납부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일감몰아주기 소급과세를 결정할 경우 2004년 이후 8년여 동안 신고하지 않은 꼴이 되기 때문에 결정된 세금과 함께 상당한 무신고 가산세를 납부해야 한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일반 무신고 가산세는 산출세액의 20%, 부당 무신고 가산세는 산출세액의 40%에 달한다.

일감몰아주기 과세방안을 2004년 이후로 소급해서 적용할 경우 수 천억원의 증여세를 부담해야할 것으로 보이는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정몽구 부자와, SK그룹의 최태원 최기원 형제, STX 강덕수 회장 일가 등은 수 백억원의 가산세 부담도 불가피해진다.

5일 국세청 관계자는 "일감몰아주기 과세의 소급과세가 적용된다면 그동안 신고납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산세 부담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소급과세가 적용되더라도 부당 무신고 가산세(40%)를 적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부당하게 무신고했다면 수년간 국세청이 이를 알고서도 과세하지 못한 책임도 있다는 측면에서 단순 일반 무신고 가산세(20%)만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부당 무신고란 이중장부나 허위장부를 작성하거나 장부 및 기록의 파기, 재산을 은닉하거나 거래를 조작, 그밖의 조세포탈을 위해 사기 및 기타 부정한 행위를 한 때에 적용된다.

이와 관련해 국세청 관계자는 "부당 무신고의 경우 부당하다는 명확한 가산세 적용 이유가 있기 때문에, 그동안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국세청이 과세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며 "가산세가 적용된다면 일반 무신고 가산세가 적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일감몰아주기의 소급과세 자체가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소급과세 적용을 결정할 경우 기업들의 불만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증여로 이익이 생기면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 2004년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도입의 취지이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소급적용이 가능하다"면서도 "공청회 등에서 더 많은 의견을 듣고 심도 있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부는 이날 오후 한국조세연구원을 통해 일감몰아주기 과세방안에 대한 공청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소급과세를 적용하되, 조세특례를 통해 가산세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소급 과세할 경우 가산세 부담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과세방안을 마련할 때부터 소급부분에 대해서만 가산세를 면제하는 특례를 둘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1년08월05일 12시03분 조세일보 / 이상원 기자 lsw@jose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