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회사 K사는 대주주인 A씨가 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지분 49%는 종업원들을 비롯한 다른 소수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다.

2008년 10월 A씨는 특수관계에 있는 S사에 자신이 가진 K사 지분 51%를 양도하기로 했다. S사는 A씨의 아들이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K사 주식을 가급적 싸게 팔고 싶었던 것이 A씨 생각.

백방으로 방법을 알아보던 중 평소 알고 지내던 회계사에게 물어보니 A씨와 S사는 세법상 특수관계에 해당해 세법상 여러 불이익을 피하려면 K사의 지분을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법)에 따른 비상장법인의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라 평가하여 양도가액을 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을 들었다.

상증법상 비상장법인의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라 K사의 지분은 주당 2만원으로 평가됐고, A씨는 이 가격으로 K사의 지분을 매각한 뒤 그에 따른 양도소득세를 신고·납부했다.

K사 지분을 팔고 아들에게 회사 경영을 맡긴 뒤 편안한 노후를 보내던 A씨는 어느 날 관할세무서로부터 "K사 지분을 시가보다 고가로 매각한 것이 아니냐"는 갑작스런 연락을 받았다.

A씨가 특수관계인에게 K사의 주식을 시가보다 고가로 매각한 사실이 인정되면 시가에 해당하는 금액까지는 양도소득세가 과세되지만, 시가를 초과한 부분에 대해선 소득세나 증여세가 별도로 과세될 수 있는 위기가 닥친 것.

소득세율(최고세율 38.5%)이나 증여세율(최고세율 50%)은 양도소득세율(중소기업 11%, 대기업 22% 등)보다 훨씬 높다.

급한 마음에 서둘러 관할세무서를 찾은 A씨는 세무서 담당자로부터 "A씨가 K사 지분을 매각할 즈음에 K사의 소수주주들이 K사의 주식을 주당 1만원에 빈번하게 거래한 사실이 있어, 소수주주들의 거래가액이 시가로 인정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이 말을 들은 A씨는 "세무서도 아닌 개인이 소수주주들 사이의 거래가격을 어떻게 알아내 그 가격대로 거래할 수 있느냐"며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A씨는 "회계사 말을 듣지 않고 소수주주들 사이의 거래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았더라면, K사의 지분을 S사에게 좀 더 낮은 가격으로 넘겨 양도소득세를 오히려 절약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후회가 들기도 했다.

과연 A씨가 매각한 K사 지분의 가격은 세법상 시가와 큰 차이가 있었던 것일까? 이와 관련해선 비상장주식의 시가에 관한 세법 규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법상 비상장주식의 시가는 원칙적으로 '유사한 상황에서 불특정다수인 사이에서 자유롭게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통상적으로 성립된다고 인정되는 가액(이하 '제3자 거래가격')'이 된다(상증법 제60조 제2항, 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 제1항).

그러한 제3자 거래가격이 없을 경우에는 상증법 제63조 제1항 제1호 다목 소정의 보충적 평가방법(이하 상증법상 보충적 평가방법)에 의하여 '보충적'으로 그 시가를 구한다(상증법 제60조 제3항, 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 제89조 제2항).

그런데, 소수주주들 간에 형성된 주당 1만원의 거래가격이 위의 제3자 거래가격에는 해당될 수 있지만, A씨가 양도하였던 K사 지분의 시가라고 볼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시가란 본질적으로 당해 자산의 객관적 교환가치(대법원 2004.10.15. 선고, 2003두5723판결)를 의미하는 것이고, 거래되는 자산의 성격과 거래상황 그리고 거래시기에 따라 같은 종류의 자산이라도 그 객관적 교환가치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A씨가 보유했던 K사 주식에는 경영권이 포함된 반면 소수주주들 사이에 거래한 K사 지분은 경영권이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같은 K사 주식이라도 그 성격이나 상황이 전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경영권이 포함된 주식은 그렇지 않은 주식보다 그 거래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것이 통상적이기 때문이다. 상증법이 최대주주 등에 대하여 일정한 할증률을 적용하여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것도 같은 취지이다.

주식에 경영권이 포함되어 있는지의 여부는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통상 거래되는 주식의 수량, 매도조건(매도인에 대한 동종업종 금지의무 등)이나 매도인의 지위 등을 감안해 판단한다.

대법원도 위와 같은 취지의 판례를 여러 차례 낸 바 있다(대법원 2003.06.13.선고, 2001두9394판결, 대법원 2004.10.15. 선고, 2003두1073판결 등).

결국 제3자 거래가격은 상증법상 보충적 평가방법보다 우선하여 시가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어느 경우에나 반드시 우선하는 것은 아니다. 거래당사자의 지위, 자산의 성격, 거래 상황 등을 고려하여 특수하고 이례적인 거래에서 형성된 거래가격은 시가로 인정받지 못 할 수 있다.

A씨가 양도한 K사의 지분율은 51%로서 이 양도거래에는 경영권이 포함돼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A씨가 K사의 지분을 상증법상 보충적 평가가액대로 거래하였다고 하여, 시가보다 고가로 거래한 것으로는 볼 수 없는 것.

당연히 관할 세무서도 A씨가 위의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자 더 이상 문제삼지 않았으며, 사건은 원만하게 매듭지어졌다.

만약 A씨가 잠시 후회했던 대로 소수주주들 사이의 거래가격이 주당 1만원이었음을 알아내 S사에게 K사 주식을 양도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A씨는 부당행위계산부인 등의 문제 발생으로 오히려 더 큰 위험에 처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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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규 공인회계사 약력]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법무법인 율촌 Senior Professional, 업무분야 : 조세·세무계획·세무조사방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