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자식 사이에도 금전(金錢)관계 만큼은 확실하게 해야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한 요즘의 세태를 보여주는 것 같아 야박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지만, 자식들의 효심(孝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부모들의 '내리사랑'으로 부모가 자식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아무리 부모가 자식에게 자신의 재산을 마음대로 준다고 하더라도, 몇 푼 되지 않는 '용돈'이 아닌 일정기준 이상의 거액일 경우 부의 이전·세습에 부과되는 세금까지 피할 수는 없습니다.

세법에 따라 거래의 명칭·형식·목적 등과 관계없이 경제적 가치를 계산할 수 있는 유·무형의 재산을 타인에게 '무상'으로 이전할 경우 증여세가 부과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재산을 건네주는 부모도, 넓죽 받는 자식도 세금이라는 '생돈'을 국가에 고스란히 내고 싶지 않은 것이 인지상정.

최근 어머니로부터 거액의 재산을 증여 받은 '백수' 아들이 국세청의 증여세 부과처분에 불복, 기막힌 변명을 댄 사연이 있어 소개합니다.

□ 어머니께 꾼 돈(?)…"증여세 부과처분 부당하다" = 지난 2008년 직업·소득·재산이 전무했던 A씨는 약 17억2200만원에 달하는 빌딩 및 토지를 취득했습니다.

아무런 경제적 능력이 없는 A씨가 거액의 부동산을 취득한 것을 수상하게 여긴 국세청은 다음해 자금출처조사에 착수, 부동산 취득자금 중 4억3000만원 가량이 A씨 어머니의 예금계좌에서 인출된 사실을 포착했습니다.

국세청은 곧바로 A씨가 어머니로부터 받은 부동산 취득자금에 대해 총 1억2745만원의 증여세를 결정·고지했고, A씨는 증여세 부과처분이 부당하다며 이의신청을 했습니다.

A씨가 증여세 부과에 반기를 들며 내세운 주장은 부동산 취득자금이 어머니 돈은 맞지만, 공짜로 받은 것이 아닌 정당한 채권·채무계약을 체결해 잠시 빌렸을 뿐이라는 것.

A씨는 국세청에 어머니와 함께 작성한 차용증을 내세우며 증여세 부과처분을 당장 철회하라고 주장했고, 이미 어머니께 원금 일부와 이자까지 냈다며 증거자료를 제출했습니다.

이 같은 A씨의 주장에 국세청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자금출처조사 당시만 해도 A씨가 4억3000만원의 부동산 취득자금을 단순히 어머니 돈이라고만 설명했고, 이후 증여세 부과처분이 내려지자 비로소 빌린 돈이라고 주장하며 '오리발'을 내밀었기 때문.

특히 국세청 조사가 시작된 이후에야 부랴부랴 어머니께 원금과 이자를 갚기 시작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이에 A씨는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국세청에 곧바로 심사청구를 요청했습니다.

□ 국세청, "부모·자식간 수상한 돈 관계(?), 인정 못해" = 이미 A씨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국세청은 심사청구에서도 증여세 부과처분이 정당하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부모·자식 사이에서 돈을 빌리거나 빌려주는 행위를 정당한 채권·채무계약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 기본통칙'에 따르면 재산취득일 이전에 차용한 부채로서 ▲국가·지방자치단체·금융기관 채무 ▲채무부담계약서·채권확인서·담보설정·이자지급 등이 증빙되는 채무 등은 정당한 자금출처로 인정돼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습니다.

다만 상속증여세법 기본통칙에서는 채무부담계약서 등 모든 증빙자료를 갖췄더라도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 사이에서 이뤄진 금전관계의 경우 정당한 자금출처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부부 또는 부모·자식 사이의 금전 등 재산이전은 차용증을 쓰고 이자를 주고받더라도 증여세가 칼같이 부과되는 것.

국세청은 결정문을 통해 "원칙적으로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간 소비대차는 인정하지 않는다"며 "A씨의 경우 국세청 조사가 시작된 이후 돈을 갚기 시작했으므로, 처음부터 어머니에게 자금을 차용했다고도 볼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국세청은 "A씨의 부동산 취득자금 중 어머니 통장에서 인출된 약 4억3000만원은 어머니로부터 증여 받은 것"이라며 "A씨에게 내려진 1억2745만원의 증여세 부과처분은 잘못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참고 심사례 : 심사증여 2010-0118]


2011년05월26일 09시00분 조세일보 / 장은석 기자 silverstone@joseilbo.com